새 로고 개발중… 내년초 공개
"간결한 디자인으로 브랜드 각인"
IT업계 '미니멀리즘' 전략 주목
"간결한 디자인으로 브랜드 각인"
IT업계 '미니멀리즘' 전략 주목
글로벌 오픈소스SW 솔루션 기업 레드햇이 17년 만에 '빨간모자를 쓴 섀도맨' 마스코트로 상징되는 브랜드 CI 로고(사진)를 바꾼다. 로고의 마스코트는 살리면서 단순화한다는 방향이다. 레드햇 외에도 많은 IT기업들이 최근 디자인을 단순·간결화하는 '미니멀리즘' 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레드햇은 새로운 로고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오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유·개방·참여라는 기업 철학에 따라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과 관련해 누구나 아이디어와 의견을 개진하는 '오픈 디자인' 방식을 채택한 것. 최근 주목받는 오픈 디자인은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나 마케터뿐 아니라 실제 사용자나 아마추어가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는 디자인 방법론이다. 레드햇은 여럿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요 가이드라인을 정한 후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SNS 사용자)와 디자인 컨설팅 업체 등의 도움을 받아 새 로고를 개발한다.
언뜻 비밀요원 같은 인상을 주는 섀도맨 로고가 '오픈소스를 데이터센터로 몰래 끌어들인다"는 미션을 가진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이미 오픈소스가 대중화된 현재에는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게 레드햇 측의 설명이다. 로고 폰트와 색상 등도 모바일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설문조사를 통해 약 1200명의 엔지니어, 마케터, 디자인·브랜딩 전문가로부터 새로운 로고 요소와 디자인 메시지 등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한국레드햇 관계자는 "오픈 프로젝트는 공모전이 아니라 외부협력을 통한 작업"이라며 "올해나 내년 초 새로운 로고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순함이 화려함을 이긴다=이미 많은 IT기업이 로고를 단순화해 브랜드를 더욱 각인시키는 효과를 봤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이다. 고 스티브잡스는 단순함을 신념으로 무지개색 사과 로고를 단색으로 바꾼 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현재의 플랫한 사과 모양 로고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제품설계에도 그대로 반영돼 '애플 천하'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구글은 '머티리얼 디자인'을 새로운 디자인 철학으로 내세우며 지난 2015년, 1999년부터 써 오던 로고를 16년 만에 교체했다. 세리프에서 산세리프로 폰트를 교체하며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는 평가다. 머티리얼은 그림자 효과를 이용해 입체감을 살리는 디자인으로, 플랫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요소만을 사용해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구글의 첫 알파벳 'G'로 단순화한 로고를 폭넓게 쓰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지난 2015년 푸른색의 필기체 모양의 로고를 붉은색의 인쇄체로 바꿔 가독성을 높였다. 특히 첫 알파벳 'A' 모양의 로고를 개발해 이 로고만으로도 사용자들이 에어비앤비를 인식할 수 있게 했다.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조잡하고 촌스럽던 로고의 폰트와 색상을 직관적으로 바꿨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 총장과 미국 MIT 미디어랩 부학장을 역임한 세계적 그래픽디자이너 존 마에다는 "오늘날 우리는 첨단기술과 감성예술이 만나 우리의 사고와 감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인간의 경험은 그 대상이 단순하면 긍정적이게 되고 복잡하면 부정적이게 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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